GALLERY CURATED
PARKHA
박하 작가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다. 같은 길을 반복해서 걷고, 빛이 달라진 자리를 본다. 작업실로 돌아와 캔버스 위에 그 자리의 호흡을 층층이 쌓는다.
화면 안에서 글을 걷어낸 자리, 보는 사람이 잠시 머물 수 있는 자리.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Visual Silence (시각의 침묵)’라 부른다.
현재 작가가 이어가는 시리즈는 〈Moving East Again〉. 숲은 한 번 마른 뒤 다시 더 무성하게 돌아온다는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작가는 그 회복의 자리를 ‘Staying (머무름)’ 이라 부르고, 화면 안에 옮긴다.
Deficiency
For East, Still Life Series — 박하 작가 첫 갤러리 개인전
박하 작가의 회화 14점과 소품 시리즈 13점이 갤러리TYA 한 벽에 모입니다. 작가의 현재 작업 시리즈 〈Moving East Again〉과 함께, Origin · Forever · Fragment · Quiet · Structure · Field · Bloom · Alive · SEESAW · FACE · Annecy · LOVE 의 그림이 한자리에.
PARKHA (Name of So Hyun Park, b.1992, Korea)
박하 (PARKHA, 본명 박소현)는 2018년부터 작사가로 활동해 왔다. 태연·윈터·max changmin의 〈Priority〉, gugudan 〈Shotgun〉, 정진운 〈Shine〉 등 한국 K-pop 신에서 가사를 써 온 사람이다. 같은 시기에 작가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대학에서는 폴리머 공학을 공부했다. 분야가 전혀 다른 세 자리를 거치며 작가는 같은 한 가지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사회가 옳다고 합의한 결론에 자기를 맞추다가 정작 자기 안의 답을 잃어버리는 일. 작가의 작업은 그 잃어버린 답을 다시 마주하는 자리에서 시작한다.
초기 작업은 화면을 글로 가득 채우는 방식이었다. 발표되지 못한 가사들, 작가가 자신의 실패라 부르던 문장들이 캔버스 위에 쌓였다. 그 시기를 작가는 〈Era of Words (말의 시대)〉라 부른다. 어느 자리에서 작가는 그 많은 말이 결국 결핍의 표시였음을 알았고, 글을 멈추기로 했다.
지금 작가가 이어가는 작업은 〈Moving East Again〉. 숲의 죽음과 다시 자라남을 화면 안에 옮겨 담는 시리즈다. 작업은 같은 길을 반복해서 걷는 일에서 시작한다. 빛이 달라진 자리를 사진으로 기록하고, 작업실로 돌아와 캔버스 위에 그 자리의 호흡을 층층이 쌓는다. 작가의 작업 노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 “내 그림은 답이 아니라, 조용히 머물 수 있는 자리다.”
박하 작가는 2023년 포항 〈Love is Good or Bad〉를 시작으로 부산·포항을 중심으로 다섯 차례 개인전을 열어 왔다. 2025년 서울 Culture & Arts Space AER에서 〈AER〉을 열었고, 2026년 Artsy “New This Week” 큐레이션 컬렉션에 작품 〈One Another〉가 선정되었다. 이번 갤러리TYA의 《Deficiency》는 작가의 첫 갤러리 개인전이다.

“I decided to stop explaining.
I chose Visual Silence.““나는 설명을 멈추기로 했다. 시각의 침묵을 선택했다.“
For a long time, my world was constructed of precise words. As a professional lyricist, I spent years capturing fleeting emotions and refining them into rhythmic sentences. However, throughout my diverse career paths, I began to encounter a persistent silence that words could not fill.
In my early paintings, I attempted to bridge this gap by pouring text onto the canvas. I filled the frames with the “discarded sentences”. But I soon realized that this overflow of words was merely evidence of a deficiency; it was an attempt to explain what only needed to be felt. I decided to stop explaining. I chose Visual Silence.
Now, I look toward the forest. My current project, Moving East Again, is a meditation on the forest’s cycle of death and rebirth. To me, the forest is not just a landscape; it is a space of Staying, where the accumulation of time and the density of life create a sanctuary of recovery.
By removing explicit text, I invite the viewer to face their own internal answers that have been buried under social noise. My paintings are no longer about defining a feeling, but about creating a space where we can simply ‘stay’ and witness our own resilience.
오랫동안 나의 세계는 정확한 단어로 만들어져 있었다. 작사가로 일하면서 흩어진 감정을 잡아 리듬을 가진 문장으로 다듬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경로를 거치며 나는 말로 채워지지 않는 침묵을 만났다.
초기 작업에서는 화면 가득 글을 부어 넣었다. ‘버려진 문장(Discarded Sentences)’ — 발표되지 못한 가사들을 채워 넣은 시기. 그러나 그 쏟아 부은 말이 결국 결핍의 표시였음을 알았다. 나는 설명을 멈추고 ‘시각의 침묵(Visual Silence)’을 선택했다.
이제 나는 숲을 본다. 현재 작업하는 〈Moving East Again〉은 숲의 죽음과 다시 자라남에 관한 작업이다. 숲은 풍경이 아니라 ‘머무름(Staying)’의 자리, 시간과 생명의 밀도가 회복의 공간을 만드는 자리다.
화면에서 분명한 글을 걷어내면, 보는 사람은 사회의 소음 아래 묻혀 있던 자기 안의 답을 다시 마주할 수 있다. 내 그림은 어떤 감정을 정의하는 일이 아니라, 잠시 머무는 자리를 만드는 일이다.
박하 작가의 statement에서 반복되는 단어들 — Visual Silence · Discarded Sentences · Moving East Again · Staying · Forest’s cycle of death and rebirth.
— PARKHA, “The Courage to be Silent: From Discarded Sentences to the Resilient Forest”
작가 영문 statement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가장 오래 고민한 지점은 무엇인가요?
이번 전시에서 가장 오래 고민한 부분은 주제와 공간이 어떻게 연결되는지였습니다.
‘결핍’이라는 개념을 단순히 작품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관람자가 공간을 이동하면서 직접 느끼고 지나가게 만드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제가 다루는 결핍은 기억, 자기확신, 사랑과 연결되어 있고, 과거에서 시작됐지만 지금도 계속 영향을 주고 있는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결핍을 해결하기보다는, 그 상태를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 더 가까운 전시입니다.
작업을 하다 보면 반복해서 등장하는 장면이나 감정이 있나요?
제 작업에는 ‘숲’이라는 이미지가 계속 등장합니다.
이 숲은 편안하거나 회복된 상태라기보다, 조금 더 버텨내는 상태, 생존에 가까운 구조입니다. 겹쳐진 붓질이나 끊어진 선, 그리고 앞뒤 없이 떠오르는 문장들이 반복되는데, 이런 요소들이 모여서 무감각하면서도 동시에 어딘가 울리는 상태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 작품 중 한 점을 선택해 주세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번 전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은 〈Origin〉입니다.
이 작품은 제가 처음 크게 확장해서 그렸던 작업이고, 당시에는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거의 쏟아내듯 그린 그림입니다.
초기에는 결과나 성과에 대한 결핍 때문에 글을 넣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편안한 상태로 문장이 화면 안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비교적 안정된 느낌이지만, 실제로는 결핍을 인지하지 못했던 상태에 가까운 작업입니다.
전시 안에서는 이 작품이 결핍을 마주하는 지점에 놓여 있습니다.
작업 과정에서 반드시 지키는 방식이나 습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작업은 보통 이미지에서 시작해서 감정으로 이어집니다.
색은 특별한 규칙 없이 직관적으로 선택하는 편이고,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색을 일부러 같이 두기도 합니다.
작업을 멈추는 기준도 명확한 완성이라기보다는, 더 건드리지 않아도 된다고 느껴지는 균형의 순간에서 멈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객이 작품 앞에서 멈추는 순간을 상상해 본다면?
관객이 작품 앞에서 멈추는 이유는 불편하면서도 이상하게 익숙한 감각 때문이었으면 합니다.
완전히 이해되지는 않지만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상태에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감정이나 결핍을 떠올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는 빠르게 보고 지나가기보다는, 조금 더 오래 머무르면서 경험하는 구조로 만들어졌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경험을 더 확장해서, 회화뿐만 아니라 공간 전체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저에게 전시는 하나의 평행한 세계를 만드는 과정이고, 그 안에서의 경험 자체가 작업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박하 작가는 자신의 작품 각각에 대해 짧은 글을 함께 적어 왔다. 이번 전시 출품작 외에, 작가의 작업 사고방식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4점에 대한 작가 코멘트.
Do you loving? (2024)
“A Gentle Rebellion Against the Norm.”
“In a society veiled by envy and comparison, we often hide the purest forms of love. As an observer who has always stood apart from the mainstream consensus, I gathered my persistent questions — Why not me? Is this truly right? — and spread them out like a romantic proposal. This work is a visual manifesto, challenging the authority of ‘correct’ thoughts with the raw honesty of my own.”
“규범에 대한 부드러운 저항. 시기와 비교가 가리는 사회에서 우리는 가장 순수한 사랑의 모습을 자주 숨긴다. 늘 주류 합의에서 한 발 떨어져 있던 관찰자로서, 나는 끈질긴 질문들을 모아 — 왜 나는 아닌가? 이게 정말 옳은가? — 마치 청혼처럼 화면 위에 펼쳤다. 이 작품은 ‘옳은’ 생각의 권위에 자신의 솔직함으로 맞서는 시각 선언이다.”
Sun in the sickness (2024)
“Notes on a Feverish Day.”
“On days of illness, the world outside feels hauntingly beautiful. The sight of falling petals, the shift of seasons, and the simple longing to wear shoes and step outside become profound through the lens of pain. I stopped pitying my vulnerability long ago. Instead, I capture the heightened sensitivity that fever brings, recording the ‘melancholy brilliance’ of a day that might seem trivial once the fever breaks.”
“열이 나는 날의 기록. 아픈 날에 바깥은 이상하리만큼 아름답게 보인다. 떨어지는 꽃잎, 바뀌는 계절, 신발을 신고 나가고 싶다는 단순한 바람이 통증이라는 렌즈 너머에서 깊어진다. 나는 오래전부터 내 약함을 동정하기를 그만뒀다. 대신 열이 끌어올린 예민함을, 열이 가시면 평범해 보일 그 날의 ‘우울한 빛’을 기록한다.”
Someday (2025)
“The scenery of the place where I used to live,
A certain day there,
The day I saw it properly.”“내가 살았던 곳의 풍경,
그곳의 어느 하루,
제대로 본 그날.”
Dance of light (2025)
“A cheerfulness that dares to dance even with eyes closed,
A life that grows more rhythmic upon opening them.
Beyond words, within the stillness.”“눈을 감고도 춤을 추는 명랑함,
눈을 뜨면 더 리듬을 가지는 삶.
말 너머, 고요 안에서.”
— 출처: PARKHA 작가 작가 노트
작가와 작품 문의는 갤러리TYA로 부탁드립니다.
- info@tya.kr
- ADDRESS
- thereyouare(tya)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5길 28 (서촌)
- @thereyouare_tya